






여행자여,
이곳은 사실 온도를 잃고 울부짖는 바다라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?
마치 밀물의 바닷가에서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우리가 썰물 뒤에 드러난 갯벌에 발이 묶여 서로에게 의지하려고 하듯이,
별바다의 별들 마다 모두 기쁨과 슬픔을 지니고 있다.

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한 항성을 중심으로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고 있는 행성이다. 이론적으로 백야와 극야로 나누어진 이런 별은 보통 매우 열악한 환경을 가지고 있어 생명이 태어나는 일은 드무나, 기이하게도 이 별에는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존재하고 다른 우주 문명으로부터 일체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. 이것은 개척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. 만약 그때였다면 금방이라도 투기꾼이나 개척자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어 이 행성은 작은 우주 시장이 되거나 또는 전쟁으로 인해 죽음이 지배하는 곳으로 변했을 것이다. 하지만 다행히도 지금은 그때랑 시대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.
『해당 항성계 개인 착륙 및 상업 활동 종사 금지 법안』이 통과되기 전 인류는 이미 이곳을 포기했었다. 지구는 이 행성과 어떤 면에서도 연루되기를 꺼려했고, 다른 행성에 대한 태도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. 몰락해버린 세상은 모든 아름다운 것에 관심과 열정을 쏟을 여유가 없었다. 다만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서...... 진실을 쫓는 그들 말이다.


